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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치료엔 시네마

<#무드_인디고>(L'ecume des jours, Mood Indigo, 2013)

by Nomadia 2020. 2. 6.

<#무드_인디고>(L'ecume des jours, Mood Indigo, 2013)

 

#미셸_공드리(#Michel_Gondry)의 세상은 천진난만하고 자유롭다. 돌이킬 수 없는 어린아이의 세상.

 

거기서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이 하늘을 날고,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길게 늘어진 발을 엇디디며 #듀크_엘링턴(Duke Ellington)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공드리의 세상이 아닌 우리 세상에서, 삶은 그저 부박한 흑백. 생명은 그저 백태 낀 눈동자처럼 흐릿하다.

 

그렇기에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날 선 이분법을 구사한다. 마치 “정말 이렇게 해도 될까요?” “정말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요?”라고 묻는 것처럼.

 

클로에(Audrey Tautou 분)의 폐 속에서 자라는 ‘수련’의 정체는 뭘까? 수련이라는 아름다운 꽃, 모네의 그 꽃이 이토록 괴물스러울 수가 있을까?

 

영화는 그것이 결국 ‘돈’이며 ‘전쟁’이고, ‘권력’이며 ‘사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이 순간부터 카메라는 흑백의 잔영 안으로 영원히 파묻히고, 시야는 수축되어 자유로움을 잃어 버린다.

 

그 자세로 카메라는 잠을 자듯 방심한 우리를 슬픈 부감(high angle)으로 내려다 보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우리를 어떤 진실, 무도한 진실 한가운데 던져 놓는 것이다.

어린아이 같은 콜랭(Romain Duris 분)과 어여쁜 클로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 그것은 모두 그저 요정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사실.

 

돈과 권력과 전쟁과 사상의 죽음만이 횡행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 그런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 가기도 전에, 친구 시크(Gad Elmaleh 분)가 권총 자살을 하면서, 우리는 듀크 엘링턴의 피아노가 피에 젖는 것을 보게 된다.

 

<#수면의_과학>(#La_Science_des_reves, 2006)을 찍었던 어린 미셸은 이제 공드리씨가 된 것일까?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