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_치료엔_시네마]
<#유열의_음악앨범>(정지우, 2019)
“우리 또 이렇게 우연히 만나네.”
‘미수’(김고은)가 ‘현우’(정해인)에게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모든 것이 필연이라고 해도 우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난만하는 필연 속에서도 둘이 ‘만난다’는 것의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운명’은 아니다. 그것은 너무 무거운 단어다. 운명은 미수의 과거와 현우의 과거에 일어난 사건, 그 사건이 만들어낸 인물들, 그리고 죽은 친구로 인해 둘이 질질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슬프고, 화나는 것이다.
놓여날 수는 없는가? 그러기 위해 애써 모든 것을, ‘그’의 모든 것을 내가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떻게... 어떻게... 너만은 날 믿어줄 수 없었던거니?”(현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네가 말을 안 하는데!”(미수)
우연이 다하면, 미수와 현우는 헤어진다. 두 사람은 모두 무거우니까(종우[박해준]의 말). 우연을 기쁘게 즐기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엔 다시 만나지만, 둘은 과연 이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삶을, 미처 죽음이 닥쳐온다는 것도 다만 우연에 불과한 그 삶을 정말, 헤어지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단 하나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그것은 그/그녀의 내밀한 삶의 ‘결’을 말해서 알지 않더라도 함께 견뎌 주는 것이다. 그냥 안아 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드라마지만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고, 청춘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서글프다.
그러니까 영화가 마침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사랑이란 뭘까?’가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짐짓 젠체 하지도 않는다.
그 질문이란 이런 것이다.
“‘보이는 라디오’ 카메란가봐요? 근데 라디오를 #굳이_이렇게_막_다_보여줄_필요가_있을까?”(유열) “이게 정지화면처럼 움직일 겁니다. 컷도 많이 나누지 않구요... 스틸 사진이 움직이는 느낌이에요.”(현우)
맨 처음 ‘우리’(미수와 현우)가 헤어졌을 때처럼, 그렇에 우연히 잊었지만, 기억의 바로 곁에 놓인 ‘비밀번호’처럼, #우연은_컷과_컷_사이에_가볍게_춤추는_것이 아니겠는가? (미수가 라디오 부스 바깥에서 맑게 웃어 준다-마지막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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